2021년 28개 국가 중에서 한국이 '정치적 견해차' 갈등 1위로 가장 두드러져

한국행정연구원, 국민의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 개혁이 필요함을 역설


한국의 갈등요인 조사(IPSOS)에 따르면 2021년 가장 높은 순위의 갈등은 정치적 견해차, 빈부갈등, 세대, 젠더, 종교 등의 순이었다고 발표하였다. 한국행정연구원는 이를 바탕으로 정치 양극화의 문제점,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정치양극화 시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 방안’ 보고서를 2023년 4월에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를 요약하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적 자유와 경쟁이 크게 신장되었지만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정치 양극화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였다. 유권자들의 이념성향 분포에서 좌우 양극단이 늘어나는 것은 비록 아니지만 진보와 보수 유권자들이 각각 지지정당에 따라 결집하고 상대 정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서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과도한 정치 양극화 상황에서 정부정책 성과에 대한 평가가 당파심에 의해 왜곡되고 자기편에 도움이 된다면 문제가 있는 후보도 지지하게 되므로 책임정치가 구현되기 어렵다. 그리고 정치 양극화는 입법교착 상태를 유발해 정치과정을 마비시키는 등 민주적 거버넌스의 파행으로 이어진다. 정치 양극화는 유권자들의 당파적 정체성이 이념, 세대, 계급, 젠더, 지역 등 다양한 사회균열과 중첩될 때 나타난다.

2022년 4월 설문조사와 대선과 지방선거가 마무리되고 중도 성향 유권자의 비율이 다시 늘어난 2023년 1월에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비교 분석하였더니 지역, 이념, 대북・남남 갈등은 확연하게 증가한 반면 세대 갈등과 젠더 갈등은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지역, 이념, 대북・남남갈등에 비해 세대와 젠더갈등은 정치 양극화와의 연관성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권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통해 정치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가짜뉴스에 대한 노출도 늘어나면서 그로 인해 다른 정당, 특정 세대, 특정 지역, 여성 등에 대한 혐오감이 강화되고 정치 양극화가 증폭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상의 정보를 비판적 시각과 사고력으로 능동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다음은 보고서에서 제안하는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치 및 제도적 내용이다.

첫째, 정치 양극화 극복을 위해 권력구조와 의회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당파적 정체성에 입각한 정치 참여는 여야 간 협치를 어렵게 만들었다. 대통령 1인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구조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 양대 정당과 정치 엘리트들에게는 상대 정당과 연합과 협치에 나설 유인이 없다. 대통령은 국민 통합적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진영을 갈라치는 통치행태를 보여 왔고 야당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통령과 여당의 실정을 부각시키는데 정치적 역량을 집중한다.

현재 국회의 제도화 수준도 낮아서 국회에 대한 의원들의 제도적 충성심이 약하다. 여당 내 주류 의원들은 국회보다 대통령실과 더 강한 일체감을 형성한다. 국회가 행정부에 대한 감시・감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행정부에 뒤지지 않는 정책역량이 필요한데 국회 입법・정책지원기구는 행정부에 비하여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관료화도 되어 있다.

둘째, 정치 양극화 극복을 위해 선거제도와 정당체계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의 정당체계는 양대 정당이 정치적 자원과 권력을 독식하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특징으로 한다. 다양한 형태의 정당 연합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의미한 중도파 정당이 없기 때문에 여야 간 이분법적 대립과 갈등이 초래되고, 대량의 사표 발생으로 대표성의 문제도 심각하다. 또한, 정치 양극화로 인해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고 이로 인한 선거 때마다 정치적 갈등과 공정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셋째, 정치 양극화 극복을 위해 정당개혁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정당체계는 양대 정당체계인데 양당제에서 두 정당의 정책이념은 중도로 수렴한다는 정치학의 고전적 이론과 달리 한국의 양대 정당은 다양한 유권자들, 특히 중도층을 폭넓게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각 정당에서 당원들을 대표하는 대의원의 역할은 유명무실한 가운데 팬덤 당원들의 수가 폭증하면서 정당의 주요 의사결정이 당파적 편향이 강한 강성 지지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당 지도부의 공천권을 매개로 한 강력한 정당규율은 당내 다양성을 축소시켰고 당내 의원들은 당론의 기치 아래 양극화된 정치에 동원된다. 정당이 해야 할 중요한 사회통합 기능은 유권자와 지지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통합해 하나의 정책으로 집약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정당의 지도부와 당원들은 당의 정책 형성보다 선거 승리에 훨씬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당 지도부와 중앙당, 양대 정당에 집중된 정치권력을 분권화함으로써 협치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각 영역별로 다음과 같은 제도적 대안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권력 구조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을 줄이는 동시에 대통령을 결선투표제로 선출함으로써 대통령 선거에서 정당 간 연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의회제도의 경우 국회 운영에 있어서 위원회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여야 의원들의 연합모임이 법안공동발의 수준까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 입법・정책지원기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고 각 정당의 전문인력을 활용해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실의 민주적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온건 다당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한 정당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기 어려워질 때 협력과 타협의 제도적 유인이 발생한다.

넷째, 정당 내부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당원들의 실질적 참여를 활성화하는 정당개혁이 필요하다.
정치 양극화 극복을 위해서는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강하게 결속된 ‘강한 정당’보다는 당내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건강한 정당’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오픈 프라이머리와 같은 상향식・지역 분권형 공천제도를 도입하고 정당의 정책 형성과정에 당원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풀뿌리 당원의 참여가 활성화되도록 지구당을 법적으로 부활시키고 지역정당 설립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 당원 명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당직자, 의원 보좌진, 정책위 전문위원 등 오래된 당원들이 정당에 남아 책임있게 당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경력관리체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이 밖에도 이 보고서에서는 다양한 정치개혁방안을 제시하였는데 ① 분권형 대통령제 및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② 국회 위원회의 자율성 강화, ③ 초당적 의원 연구모임 활성화, ④ 국회 입법・정책지원기구의 자율성 및 정당과의 연계 강화 ⑤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혼합 ⑥ 국회의원 정수 증원을 통한 비례대표 의석비율 대폭 확대 ⑦ 인구감소 지역의 대표성 강화 ⑧ 선거구획정안에 대한 공론 절차 강화 및 지연 방지 대책 법제화 ⑨ 공천제도의 분권화(예컨대, 지역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⑩ 정당의 정책형성 과정에 당원들의 참여 적극 유도 ⑪ 정당법을 개정해 선거구 단위 지구당을 부활시키고 지역정당 설립 허용 ⑫ 정기적인 당원 전수조사 실행 및 당원 명부의 체계적인 관리 ⑬ 당직자, 의원 보좌진, 정책위 전문위원 등 오래된 당원들이 정당에 남아 책임 있게 당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정당 내부의 경력관리체계 확립 등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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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