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안전 지대, 한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얘기였다.
요즘 한국을 여행하다가 물건을 잃어버린 중국인, 러시아인에게 물건을 찾아서 돌려줬다는 기사를 본 것이 생각났다
■ 가자, 보르네오(Pulau Borneo)로
인천공항 제1터미날에 3시 40분까지 집결하기로 했다. 사전에 공항버스를 예약해 놓고, 주봉의 픽업으로 현대 홈타운에서 탑승했다. 이번에는 가족 중 나홀로 ‘단독 산행(?)’이기에 달랑 배낭 하나만 지고 가기로 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여행사 직원 한 분과 강경ㅇ 박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회원들에게 전화하니 차량 한 대로 5명이 함께 이동하는 중이란다. 잠시 기다리니 정은ㅇ 사무국장의 모습이 나타나고 이어서 모두 등장.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최근에 바뀐 자동 체크인 시스템으로 출국 수속을 했다. 부칠 짐이 없는 나는 스틱을 안정ㅇ 부회장 부치는 짐 속에 넣었다. 매번 비행기를 탈 때마다 기내 휴대물품과 탁송 짐 구분이 쉽지만은 않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다가 반쯤 쓴 치약을 빼앗겼다고 싱겁게 웃는 강 박사.
비행기는 제주항공 7C2507. 소형 비행기다. 국적기(國籍機)가 최고라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늘보로서는 조심스럽기만 하다. 단체 여행이다 보니 불가피하다. ‘㈜산이 좋은 사람들’은 항상 소형 비행기를 활용하고 있다. 싼 만큼 서비스도 없고, 기내식도 없다. 비행 마일리지 적립도 없다. 찬찬히 따져 보면 싼 게 아닌데…
하여튼 밥을 주지 않으니 저녁 식사를 해야 했다. 공동 경비로 십만 원씩을 걷고, 그것으로 식사대를 지불하기로 했다. 일단 트레일을 타고 탑승구가 있는 건물로 이동. 그 곳에서 2층 식당으로. 나는 매콤한 돈까스.
맛있게 먹고 옆으로 눈을 돌리니, 옆 자리에 목베개와 면세점에서 쇼핑한 비닐팩이 덩그라니 놓여 있는 게 눈에 띈다. 식사를 마치고 부랴부랴 떠난 승객이 놓고 간 것이다. 농담 삼아
“저거 그냥 가져 가면 어떻게 되지?” 모두가 웃는다.
요즘 한국을 여행하다가 물건을 잃어버린 중국인, 러시아인에게 물건을 찾아서 돌려줬다는 기사를 본 것이 생각났다. 세계 최고의 안전 지대, 한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얘기였다. 정 여사께서 식당 주인에게 가져다 주고 사정을 말했더니 ‘저 쪽에 있는 관리자에게 갖다 주라’고 한다. 그 곳으로 가 봤더니 ‘나도 모르겠다’는 반응. 그래서 그 의자에 도로 갖다 놓았다. 선행 좀 해볼까 했더니..
19:10. 비행기가 출발했다. 소형 비행기라서 오르는 것도 매우 힘들어 보이고, 비행 중 내내 소리가 엄청 컸다. 산장에서 ‘코골리 파’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한 귀마개를 꺼내서 귀를 틀어 막았다. 그렇게 조용함을 즐기며 잠에 빠져 들었다.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도착한 것이 24:20. 시차 1시간을 빼니 이곳은 오후 11:20 이다. 짐을 찾아 출구로 나오니 훤칠한 키의 한국인 가이드가 우리를 맞았다. 15인승 버스를 타고 코타키나발루 공원으로 향했다. 울퉁불퉁한 길바닥 상태가 진동이 되어 몸을 흔든다. 2시간 30분 걸려 Kinabalu Park에 있는 Kinabalu Lodge 숙소에 도착했다(오전 1시 55분).
산장 방 배정을 하는데 둘 씩, 둘 씩 짝이 되어서 나뉘고는 나만 홀로 남겨 독방을 쓰도록 했다. 이런 곳에 와서 독방을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보안상, 건강상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 대부분을 주봉과 함께 하기 때문에 홀로 방을 쓰는 일이 별로 없는데, 오늘은 나 홀로 여행이다.
숲 속 산장이라서 깜깜하다. 희미한 전등 빛에 의존해서 2호실 내 숙소로 찾아 든다. Double Storey Chalet 2층형 복층 구조로서 위쪽에 침대와 화장실이 있다. 물론 아래쪽은 거실이고 따뜻한 물이 나오는 화장실이 있다. 가이드가 ‘히터 틀어 놓고 주무세요’ 귀뜸을 한다. 곧바로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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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