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적으로 가장 불공정한 '한국의 공매도'를 바로 보자

금융당국은 공매도의 유효성만 주장하고 형평성은 수십년간 눈감아
  • 김영 기자
  • 발행 2023-07-09 15:15


주식을 조금이라도 거래한 개미는 공매도(Short Sale)라는 용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고 그 공매도로 인해 기업의 실적과 관계없이 내가 산 주식이 오르지 않는 경험을 겪어봤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공매도 제도가 공정하게 운영된다면 금융감독원이 연중 행사로 시행하고 있는 '불법 공매도 엄단'이라는 대책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일단 공매도를 한번 당해본 개미투자자라면 공매도가 얼마나 불공정한지 체감하고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공매도가 주식거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역설하고 있는데 과연 금융당국의 주장이 맞는지 우리나라 공매도에 대해 알아보자.

공매도 구조는 간단하다. 공매도는 차입한 증권, 채권 등 금융상품 이외에도 원유, 금, 원자재 등의 상품을 매입한 후 매도하여 가격 하락시 이익을 얻는 모든 거래를 지칭하는 용어이며 여기서는 주식거래만 이야기해보자



우리나라의 공매도는 1969년 2월에 도입되었고 기관 공매도가 허용된 것은 그 해 1996년 9월이며 도입 초기 업틱룰(up-tick rule)이 적용되었으나 예외를 너무 많이 허용하여 업틱룰은 실제 작동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공매도를 도입한 후 금융당국이 시장에 따라 공매도 제도를 개선한 주요 사항인데 1996년 9월 1일 공매도의 규제 1호인 업틱룰(Up-Tick Rule) 조차도 27년이 지난 2023년도에도 금융당국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개미투자자로부터 불만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우풍상호신용금고'의 무차입 공매도 사건을 시작으로 공매도의 심각성 눈떠

우리나라에서 2000년 4월 '우풍상호신용금고 무차입 공매도 사건'을 계기로 무차입 공매도가 공식 금지되었는데, 우풍상호신용금고가 대우증권을 통해 성도이엔지를 대상으로 무차입 공매도 거래로 사건이 시작된 것이다.

사건의 내막은 다음과 같다. 우풍상호신용금고 자금 운영자는 2000년 3월 24일부터 급등하는 코스닥 상장사 성도이엔지가 주가조작 세력에 의해 인위적으로 주가가 끌어 올라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우풍상호신용금고는 수익을 얻고자 3월 24일부터 세력에 의해 급등하는 주가가 조만간 내릴 것으로 판단하고 대우증권을 통해 3월 29일 47,150원이었던 주식을 45,000원으로 31만주 무차입 공매하였으나 당일 19만주를 반환하였고 여전히 12만주를 무차입 공매 주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1일 다시 3만주를 매입하여 총 15만주를 무차입 공매를 한 것이다.

우풍상호신용금고의 상장주식수는 97만주로 대주주, 우리사주 등 묶여있는 69만주를 빼면 유통주식수는 31만주에 불구하여 수십만주나 되는 공매도 거래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다만 주가 조작하려던 세력은 대량의 공매도가 들어오자 당황한 나머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더욱 끌어올렸고 일반 개미들까지 합세하여 상한가를 거듭 치고 가격이 하락하지 않아 공매도를 친 우풍상호신용금고는 3월 31일 공매도 일부만 결제하고 15만주에 대하여 결제 불이행에 빠진 것이다.

채무불이행에 빠진 우풍상호신용금고는 신용이 바닥을 쳤고 예금주는 너도 나도 예금을 빼기 시작하여 4월 6일 70억원, 4월 7일 100억원 내외의 뱅크런과 지급불능사태에 빠졌고 금융당국은 4월 7일에 영업정지 처분을 하였고 같은 해 골드상호신용금고가 인수하였다.

성도이엔지 주식은 3월 29일 무차입 공매도를 친 이후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였으며 4월 6일 매매정지 시점에 82,700원까지 상승하여 금융당국이 거래정지를 시켰으나 이후 거래정지가 풀리자마자 급등하였고 4월 4일 148,000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하였다.

공매도를 친 우풍상호신용금고는 채무 이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행히 공매도를 중개한 대우증권이 나서 성도이엔지로부터 결제 불이행된 주식 126,000주를 우풍상호신용금고에 빌려주는 조건으로 해결된 사건이다. 주식대여 조건은 5억원이며 성도이엔지의 서인수 대표이사는 받은 5억원 전액을 구제역 피해 농가에 기부하였다.

이 사건이 있는 후 금융당국은 2000년 6월 무차입 공매도 금지와 주식을 거래할 때 공매도임을 표시하게 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국내에서는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되고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다음은 증권거래소에서 발표한 연도별 우리나라의 공매도 주요 변동 사항이다.
'96. 공매도 규제 신설, Up-tick Rule 운영
‘97. IMF 외환위기 및 코스닥 종목도 대차거래 허용
’00. 성도이엔지 무차입 공매도 발생
‘01. 공매도 금지 규정에 위반하여 매도한 후 결제불이행 시 3개월간 위탁증거금 100% 징수 및 통보
’08. 미국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로 공매도 가격제한 폐지, 공매도 제한 조치 근거 마련
‘09. 수탁시 차입공매도 여부 및 차입계약 성립여부 확인, 차입공매도 미실행 확약서 제도 도입
’11. 차입 공매도 금지 조치
‘12. 공매도 잔고 보고 제도 도입, 공매도 사후관리 강화
’16. 공매도 잔고 보고의무 발생 기준 조정
‘17.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도입
’18. 삼성증권 우리사주 불법 공매도 매매 발생(28억주 112조원)
‘20. 공매도 6개월 한시적 금지(3.16―9.16)
’21. 업틱룰 예외거래 항목 축소, 차익거래 업틱룰 적용불법 공매도 과징금 및 형사처벌 도입, 공매도 목적의 대차계약 체결 시 대차거래정보 5년간 전산 보관 의무화, 공매도 투자자의 유상증자 참여 제한
‘22.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불공정거래 기획조사 강화, 무차입공매도 신속조사, 불법공매도 조사 전담 조직 설치 및 확대, 대차거래 모니터링 강화), 공매도 과열종목 강화(유형 4 신설 및 금지 기간 연장 방안 마련), 개인 공매도 담보비율 인하, 전문투자자 대차 활성화

정부 당국은 수많은 공매도 규정 개정속에서 겨우 2021년에 들어서야 비로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과 과징금을 시행하게 되었는데 형사처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최대 30년)이 가능하며 부당 이득액의 3~5배 이하 벌금을 규정하여 불법 공매도가 적발될 경우 엄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


주식 공매도로 인한 문제점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공매도가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특정 세력과 개별 종목에서 문제가 되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공매도는 주식시장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1997년 외국인 투자 한도를 26%에서 55%까지 확대 조정하였으나 외국인 투자자의 지속적인 요구로 1998년 5월에 코스닥 시장과 함께 투자 한도가 완전히 폐지되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거래소, 코스닥 구분없이 상장사 주식을 100% 매입할 수 있게 되었고 1998년 7월 외국인 투자자에게 공매도도 전면 개방되었다.

1996년 9월 국내 기관 투자자에게만 차입 공매도가 허용된 약 2년 이후 외국인에게도 개방된 것이다.

주식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급증세를 보였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1997년 10.7조에서 1년이 지난 1998년 25.9조원으로 2.4배가 증가하였고 2년후 1999년 84.6조원으로 7.9배 급증하였다.

2022년 우리나라 시가 총액 2,000-2,200조원으로 크게 성장하였으나 외국인의 보유 시가 총액도 500-700조원 규모로 25-30%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 동향이 투자의 중요 사안이 되었고 기울어진 공매도 거래는 외국인 투자자의 놀이터가 된 것이다.



일일 공매도 거래 금액(’23.07.7)이 5,339억원인데 기관 1,786억원, 개인 90억원에 비하여 외국인은 3,462억원으로 비중이 64.8%나 됨에 따라 공매도 거래는 외국인이 주도하고 기관이 뒤따라가고 있고 개인은 1.6%의 비중으로 개미의 영향력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개별 종목의 공매도 주체를 봐도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대부분 외국인 투자가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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