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후(戰後) 복구를 위한 재건 사업, 실체는 있나?

우크라이나 자체 재정으로 재건 사업 추진은 거의 불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거의 1년 하고도 반년이 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길어지고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되어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해외 원조에 전후 복구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쟁이 길어지고 피해가 늘어나면 이에 따른 재건 비용은 관련 국가만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대문이다. 


최근 KOTRA 키이우 무역관은 '對우크라이나 원조 현황 및 재선사업 전망'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를 위한 재건 사업을 언급하였다. 발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 24일에서 2023년 2월 24일까지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제기구 등은 1년간 군사 원조, 인도적 지원, 유·무상 재정 지원 등으로 약 1,404.62억 유로가 제공되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1년 예산은 약 400억 유로 내외인데 정부 예산의 3.5-4.0배가 외부에서 수혈이 된 셈이다.


사용처별로 분류하면 군방 803.70억 유로, 인도적 지원 137.40억 유로, 무상원조 309.70억 유로, 차관 290.62억 유로 등이다. 군방 원조는 현물과 자금 지원으로 나뉘는데 대부분 현물이 제공되었으며 미국의 무기 제공이 53.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독일 9.3%, 영국 8.2%, EU 7.0%, 폴란드 3.7% 등의 순이다.



인도적 지원도 미국이 36.0억 유로로 26.2%의 비중으로 가장 컸으며 EU 21.4억, 독일 18.8억, 일본 10.0억 등을 지원하였고 한국도 1.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1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각 국의 원조도 형태를 바꾸면서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음을 독일의 킬 연구소(IFW-Kiel Institute)에서 조사 발표하였다.


IFW-Kiel에 따르면 전쟁 초기에는 재정과 군사적인 원조를 아낌없이 지원하는 분위기였으나 2023년 해를 넘기면서 군사적인 원조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인도적, 재정적 지원은 급속하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전쟁의 장기화에 따라 원조국의 피로도를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우크라아나 정부는 외부의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을 독자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의지와 잠재력이 얼마만큼 내재되었는지가 향후 관건이라 하겠다.



우크라이나를 인접한 유럽 국가는 군사, 인도적 지원 외에도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수용하고 이들을 지원하고 있어 우크라이나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군사, 금전 등의 지원 외에 많은 희생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 난민기구에 따르면, 2023년 6월 19일 기준 우크라이나 총 피난민 수는 6.30백만명이며 그중 유럽의 피난민 수는 5.96백만명으로 대다수가 유럽에 체류하고 있다.


2022년 12월 20일 기준, 우크라이나 피난민 수가 7.87백만명과 비교하여 약 1.56백만명이 피난에서 자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미래연구소(UIF)는 우크라이나 현재 인구가 약 2,85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재건 논의 시작

전쟁이나 분쟁을 겪은 나라에서 재건이 논의될 때는 보통 ‘전후 재건사업’, ‘전후 복구사업’ 등과 같이 분쟁이 끝난 뒤에 이루어지는 사업으로 인식된다. 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긴급 복구사업’이라는 말처럼, 군사 용도 또는 국민의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당장 급하게 필요한 일을 하는 정도가 보통이다. 막대한 전쟁 비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라 간 분쟁에서 적국의 핵심 인프라와 생산시설 등은 주요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정치적·군사적 불확실성이 제거된 다음에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고 상식적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재건사업 계획을 발표하기는 했으나 분쟁이 진행되는 시점에서는 '긴급 복구' 중심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22년 4월에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젝트 ‘U-24’는 3단계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첫 번째 단계로 러시아에 의해 파손된 사회기반 자산 가운데 신속하게 복구할 필요가 있는 것은 현재 바로 복구한다고 한다.  두 번째 단계로는 1단계 사업 대상이 아닌 것 중에 상하수도·전력망 등 핵심 인프라 시설은 2단계 사업에 속한다. 3단계는 국가 인프라 전반에 대한 국가 재건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다.

전쟁이 중단되지 않는 힘든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재건 계획을 발표한 배경을 두고 몇 가지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먼저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건재하다는 대외적인 메시지를 발표할 필요가 있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전쟁은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 정부 예산이 악화되면서 재건 사업도 계획과 관계없이 외부의 원조가 없는 경우 실천 과제는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2022년 10월부터 러시아가 발전소·송배전망 등 전력 인프라 시설을 공격하고 각종 생존을 위한 기반 시설을 파손하면서 필요한 인프라 복구는 전후에 한다는 계획은 의미가 없고 당장에 해야 하는 시급성으로 다투게 되었다.



어떠한 형태라도 전쟁은 마무리가 된다.


종전하는 시점에서 재건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 전에는 인도적 지원, 무상원조를 중심으로 한 긴급물자 보급, 긴급시설 복구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이 과거 발표한 재건 비용은 4,110억 달러라고 하였으나 그 이후로도 전쟁이 지속되었고 인프라 시설은 더욱 파괴되어 재건 비용은 더욱 커진 상태이다. 세계은행은 재건사업 수요 분야를 교통(22%), 주택 건설(17%), 에너지(11%), 사회 보호(10%), 폭발물 관리(9%), 농업(7%) 등으로 보고 있다.

2023년 6월 21일 영국 런던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가 열렸다. Denys Shmyhal 우크라이나 총리는 경제 회복과 변화의 기초가 될 다섯 가지 핵심 산업은 에너지, 방위 산업, 농업, 인프라, IT산업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우리 기업이 주목할 분야는 에너지 분야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EU 회원국 가입을 끝까지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위해 탄소 중립 등 EU의 에너지 정책에 자국 산업을 체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전쟁 전에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품이던 농산물, 광물 등은 러시아군이 해상을 봉쇄하고 주요 광물 산지가 러시아 점령 지역에 있어 급감했다. 전쟁 후에도 기존 주요 수출품의 수출은 파괴된 인프라로 인하여 원활한 진행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민에게 필요한 생활 전기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인근국으로 수출까지 가능한 전력기반시설에 투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에 몰도바로 전력 수출하였고 2022년 3월 16일 유럽의 송전 시스템 운영 네트워크인 ENTSO-E는 유럽 대륙의 전력 시스템을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전력망간 상호 연결하게 되면서 우크라이나는 2022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유럽으로도 전력을 수출한 바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21년 1월에 우크라이나를 2기 ODA 중점협력국으로 선정하였고 2023년 5월,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공여 기본조약 체결 가서명을 했다. 빠르면 연내에 관련된 절차가 마무리되고 2024년부터는 EDCF 자금 제공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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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기자 다른기사보기